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겔리메르는 그간 수십년동안 연구에 매달렸고, 자신이 추구하는 최강의 전투병기를 만들고자 수많은 아이들을 납치했고, 개조시켰고, 생체 실험을 가하는 등 각종 궂은 짓을 마다하지 않았음.

그러던 도중 겔리메르는 가장 적합하다고 판단되는 실험체인 제논을 손에 넣게 되고, 제논을 서서히 인간 병기로 개조시킴과 동시에 제논을 돕고 자신이 연구하는 과정을 쉽게 통제할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는 제네로이드를 하나 더 새로이 개발하였음. 이 제네로이드의 이름이 바로 베릴이었음.

베릴은 원래 인간이었던 제논과는 다르게 완벽히 순수한 제네로이드였음. 겔리메르의 전투 시스템은 완벽했지만, 그는 원래 인간이었던 제논의 감정을 지우고 인간 병기로서의 임무에 충실토록 하기 위해서는 세뇌 시스템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그는 자신의 세뇌 시스템을 또다른 자신의 창조물인 베릴에게 우선적으로 실험해보고자 함. 그 계획의 일환으로 이루어진 것이 바로 베릴에게 자신에 대한 무조건적인 경애와 충성심을 품도록 하는 것이었음. 그러나 감정이 아예 존재하지 않는 제네로이드에게 경애와 충성심이라는 ‘특수한 감정’만 따로 탑재하는 건 상당히 어려운 일이었음. 그러나 여러 시도에 걸쳐 겔리메르는 마침내 베릴이 자신에 대한 무조건적인 애정을 품도록 만들 수 있었음. 그러나 문제는 그 이후부터였음. 베릴이 겔리메르에 대해 품은 애정이 지나칠 정도로 애욕적인 것이었음. 그와 동시에 충성심은 정도를 넘어 집착 비스무리한 것으로 변해갔음. 외려 걸림돌이 될 정도로.


겔리메르는 제논을 성공적으로 개발해나갔음. 그가 원하던, 최강의 제네로이드. 자신이 생각하던 가장 이상적인 파괴력과 전투 능력을 탑재한 희대의 적합자. 겔리메르는 제논이 마음에 들었음. 자신의 기대 이상으로 완벽한 성공작이 나올 수 있을 것 같다며, 그는 흥분과 기쁨을 감추지 못했음. 그렇게 되고 난 후 문제가 되는 건 베릴의 존재였음. 베릴은 자신에게 끊임없이 애정과 관심을 갈구했음. 그러나 그녀가 그토록이나 갖고 싶어했던 그 모든 것들은 이미 제논에게로 모두 향한 상태였음. 그것들을 나눌 수는 없었음. 겔리메르는 그다지나 제논에게 심취해 있었으니까. 점차 겔리메르는 베릴에게서 멀어져만 갔음. 베릴은 아버지의 사랑을 받기 위해, 더 가혹하게 연구실의 실험체들을 통제했고, 필요하다면 악마가 되기를 주저하지 않으며 악착같이 임무에 매달려 아버지의 사랑을 갈구했음. 그러나 겔리메르는 베릴에게 일체의 관심조차 주지 않았음. 서서히 지치기 시작한 베릴이 문제의 근본적 원인으로 생각했던 건 바로 제논의 존재였음. 베릴은 자신보다 어린 데다가 능력까지 뛰어난 제논을 서서히 개인적으로 증오하게 됨. 이건 겔리메르가 차마 입력해주지 않았던 감정이었음. 그와 동시에 아버지의 애정에 대한 갈구는 날이 갈수록 더 깊어졌음. 베릴은 아버지의 사랑을 받기 위해, 누군가를 죽이는 일도 서슴없이 해나갔음. 실험실을 탈출하려고 애쓰던 어린 아이의 목을 베어 겔리메르의 발 앞에 두며 무릎을 꿇고는, 아버지. 감히 아버지를 배반하려고 했던 녀석을 죽였습니다. 라고 말하며, 겔리메르의 칭찬을 바라는 눈빛으로 겔리메르를 바라보곤 했음. 그러나 겔리메르는 만족스럽지 못한 듯이 혀를 쯧, 차다가, 말없이 자리를 박차고는 제논의 상태를 확인하러 떠남. 베릴은 멍하니 그 자리에 꿇어앉은 채, 자신을 스치고 떠나는 겔리메르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말없이 입술을 초조하게 깨물음. 이제 아버지는 날 사랑하지 않아, 라는 생각이 제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음. 그와 동시에 제논의 무표정한 얼굴이 스쳐 지나갔음. 베릴은 예전부터 생각해오던 행동을 하기로 결심함.


겔리메르는 그 날도 실험실을 돌며 자신의 실험체들을 확인하고 있던 중이었음. 자신의 마음에 꼭 드는 제논을 개발해냈기 때문에 이제 따로 새로운 실험체를 만들 필요는 없었지만, 오르카가 부탁한 대로 스우를 부활시키기 위해서는 아직 실험해야 할 부분이 꽤 많이 남아 있었음. 실험체들의 상태를 체크하고, 차트에 옮겨 적기를 반복하고, 마지막 실험체까지 꼼꼼하게 살펴본 뒤에 잠깐이나마 눈을 붙이려고 몸을 돌림. 그런데 자신의 눈 앞에는 베릴이 서 있었음. 겔리메르는 무심한 목소리로, 밤이 늦었는데 어째서 휴식 모드로 전환하지 않은 거지?  라고 물음. 베릴은 대꾸하지 않은 채 말없이 서 있다가, 곧 그의 앞에 무릎을 털썩 꿇고는 그의 손을 두 손으로 매만짐. 그러면서 건네는, 저를 사랑하실 차례는 아직 오지 않았습니까?  라는 한 마디. 겔리메르는 무슨 허튼 소리를 하느냐는 듯이 거칠게 손을 잡아 빼고는, 잠시 푹 한숨을 쉬었음. 이전에도 베릴이 자신에게 품고 있는 감정이 무언가 자신이 설정해 둔 정도를 넘어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끝내 베릴의 입에서 이런 말을 듣게 될 줄은 몰랐으니까. 겔리메르는 착잡한 심정으로 한숨만 푹 내쉬다가, 베릴의 턱을 한 손으로 들어 올리며 조곤조곤 물음. 날 사랑한다는 말이냐?  베릴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임. 사랑이 뭔지는 알고 하는 대답이냐.  그 말에도 베릴은 고개를 끄덕거림. 겔리메르는 거칠게 베릴의 턱에서 손을 떼고는, 복잡한 심정으로 자신을 올려다보는 베릴의 눈을 쳐다봤음. 베릴의 목소리가 들려왔음. 아버지께서 절 사랑하지 않으신다면, 제가 아버지를 사랑하는 것만이라도 허락해 주십시오.  그리고 베릴은 천천히 꿇어 앉은 자리에서 일어서서, 겔리메르의 입술에 자신의 입을 맞추고는… …. (아 여긴 진짜 못 쓰겠다. 여러분들의 상상력이 필요합니다)



겔리메르는, 멍하니 한숨을 내쉬고는 베릴의 꽁지머리를 살짝 들어올림. 베릴의 얼굴은 여전히 무표정했지만, 그 눈빛만큼은 자신에 대한 미묘한 감정을 품고 있는 것처럼 보였음. 이걸로, 만족하느냐? 베릴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음. 그저 작은 목소리로, 아버지, 라고 자신을 부르는 베릴을 착잡한 눈길로 바라보던 겔리메르는 자리에서 일어섰음. 허락하지 말아야 할 짓을 허락해버렸다는 생각이 덜컥 들었지만 어쩔 수 없었음. 베릴은 아직까지는 그래도 필요한 존재였으니까. 겔리메르는 넥타이를 주섬주섬 다시 고쳐 매고는 말없이 베릴의 곁을 스쳐지나갔음. 곧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렸음. 베릴은 말없이 자신의 손에 남아 있던 아버지의 온기를 떠올리며, 감히 돌아보지도 못한 채 고개를 푹 숙였음. 아버지를 가졌음에도, 그래도, 갈망은 채워지질 않았음. 어떻게 해야 좋을까, 라고 생각하며 베릴은 무표정한 얼굴로 두 눈을 깜빡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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